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던 이전의 기억이 그 순간의 분위기, 나의 감정, 공기, 냄새 등과 함께 떠오른다. 이것이 바로 ‘노스텔지어’라던데.

어제는 밤에 노트북에 음악을 틀어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 때마침 박지선님의 비보를 접하게 되었고, 내 심장은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느새 스피커에서는 마치 노트북이 내 심정을 파악한듯, 극적으로 파헬벨의 캐논이 흘러나왔다.

파헬벨의 캐논을 들으면 항상 왠지 모를 아련함이 마음속에서 솟구친다. 어릴 때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곡이 캐논이어서 부모님이 항상 음악 씨디를 틀어주실 때마다 파헬벨의 캐논만 나오면 내가 반복 재생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이제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때 부터였나, 나는 캐논을 듣고 자주 울었다.

어제도 마침 캐논이 흘러나오니 여느 때보다 더 빠르게 그녀의 감정에 이입이 되었다. 그녀가 죽음을 택하기 전까지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이 요동치고 슬펐을지 이해가 갔다. 그녀의 인생을 알지도 못하는 나의 머릿속에는 만나지도 못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죽음을 택하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면서 눈물이 났다.

2.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새벽 내내 캐논을 들었다.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음악과 함께 향수에 젖어든다.

영화 ‘클래식’과 ‘엽기적인 그녀’에도 이 곡이 삽입되었는데. 그 때 손예진이 조인성의 우산을 보고 밖으로 뛰쳐나가던 장면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선을 보는 장소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재회하며 이미 테이블 밑에서 손을 잡고 있던 장면이 스친다.

3. 파헬벨의 캐논이 흘러나왔을 때 누군가를 재회했을 때, 엄청난 감정이 복받치는 경험을 했다. 나에게 있어서 캐논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경험하게 해준 곡이다. 그래서 낭만곡의 음악적인 부분을 연주할 때, 나는 더이상 아련한 생각을 하지 않고 캐논을 떠올려야겠다.

이렇게 올해에도 캐논과 함께 한 새로운 기억이 추가된다. 캐논이 흘러나올 때의 분위기와 내가 겪은 심정이 달라서인지 앞으로 캐논을 또 듣게 된다면, 더욱 복잡한 감정이 느껴질 것 같다.

- 11.03 지나간 감정은 나의 추억 속으로, 메모장-

파헬벨의 캐논